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소설] 불편한 편의점, 겨울에 따뜻함을 더해줄 책

Life in Korea/LOVE

by E.Jade 2022. 11. 11. 09:52

본문

반응형

불편한 편의점

 

ALWAYS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는 아픔을 잘 보듬어주는 책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 자녀와의 깊은 갈등, 퇴직 후 안정적이지 못한 삶, 과도한 업무로 인해 저녁이 없는 가장의 삶. 충분히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했고 아름답게 성장해나갔다. 하지만 주인공은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인물이었고 극적으로 변해갔다.

 

서울역 노숙자 출신인 독고라는 주인공은 우연히 마주친 편의점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갱생한다. 폐까지 얼어붙는 겨울을 넘기기 위해 시작했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주는 성장 스토리다.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반대로 어둡고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독고. 힘들어가는 손님들과 동료들을 보며 자신의 과거 기억을 한조각씩 찾아간다.

 

나는 20대 초반에 동대문에 위치한 병원에서 근무했었다. 서울역과 청계천 부근에서 거주하던 분들을 환자로 마주할 기회가 자주 있는데, 그분들을 보며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주인공 독고를 보며 그분들이 떠올랐고 모두가 이렇게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 속 배경은 서울역과 남영역 사이에 위치한 청파동의 한 편의점이다. 공덕에서 태어난 나는 익숙한 지역 이름에 반가움을 느꼈다. 얼마전 서울에 방문했을 땐 광화문부터 시청을 지나 남대문을 통과해 서울역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책 속의 주인공 또한 그 길을 똑같이 걸었다. 책을 읽다 잠시 눈을 감으니 남대문을 통과하며 나보다 조금 앞서 걸어가는 독고의 뒷모습이 보였다. 1+1 상품을 추천해주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는 사소한 일상을 나열해놓은 덕분에 소설 속 인물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편의점 알바를 해본 적이 없어 폐기상품을 먹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독고가 처음부터 폐기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가 시작되며 중간중간 꾸준히 폐기 상품이 등장한다. 처음엔 폐기 상품을 그냥 유통기한이 방금 지나버린 음식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퇴직을 하고 가족들 앞에 당당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는 곽의 모습을 보며 사람도 폐기 상품 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런하고 위풍당당하게 진열대를 차지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상품 가치는 제로화 되어 아무 쓸모 없어진다. 몇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저 위에 있었는데 한순간에 폐기 상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숨겨져야하는 신세가 된다.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한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 같지만 아직 기회가 있고 아직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듯 했다.

 

 

 

E.Jade

소소한 일상이 잘 스며든 책. 옥수수 수염차, 참참참, 전기 난로, 산해진미 도시락, 1+1, 삼각김밥 등 익숙한 것에 의미를 더해주는 책. 주인공 독고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 유난히 드라마틱해서 조금 이질감이 들었지만, 그 외에는 전부 미소가 번지는 책.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