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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내가 좋아하는 것들, 네가 좋아하는 것들

Life in Korea/LOVE

by E.Jade 2021. 10. 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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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지 약 3개월 정도 지났던 작년 11월 말.

한국에서 어떻게 재밌게 살아갈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했던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서 아이패드를 들고 집앞 카페로 향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한 기념으로 얼굴 대신 걸어놓을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몇시간 동안 힘겹게 끄적여서 처음으로 완성한 그림.

 

어릴적부터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지만, 사람 그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했다.

특히나 얼굴을 그리는 것은 고난이도 중에 고난이도였다.

 

나는 일본 순정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그림체는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눈에 별이 가득 박혀있었나보다. 아무리 그려도 그려도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 항상 마무리하지 못했다.

 

아이패드 드로잉을 처음 시작했는데,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어떻게 그려야하는지, 무엇으로 이 여백을 채워나가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봤다.

 

최근에 내가 즐겨입었던 옷, 운동화, 그리고 내가 즐겨맸던 목도리.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과 색깔들로 채워나갔다.

 

"나는 나중에 주택으로 이사간다면, 레몬 트리를 심을거야."

남편의 귀가 따갑도록 했던 말이다.

그래서 레몬 트리 묘목과 비료, 삽을 싣고 리어카를 끌고 간다.

 

한손에는 내가 좋아하는 바게트 두개를 담고 간다.

저 크라프트 포장지 안 속엔 버터향 가득한 크루아상과 뺑오쇼콜라도 들어있을거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나서 깨달은 것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는 색을 알게 된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작은 것 하나를 그리기 위해 오랜 관찰과 통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

 

 

 

 

다음 날, 나는 또 그림을 그렸다.

이번에도 사람을 그리게 됐다.

 

굉장히 아끼는 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 동생이 두통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더니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았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착하고 성실하게 또 힘겹게 살아가는 그 아이에게 세상이 너무 모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왈칵 눈물도 났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 동생을 그리고 싶어졌다.

 

그 아이가 평소에 즐겨입는 옷을 입혀 그려주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손에는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을 들려줬다.

달달한 음료를 좋아하고, 꽃을 사랑하며, 미소가 예쁜 아이.

인스타를 뒤적여보니 추운데 짧은 치마를 입었길래, 감기 걸리지 말라고 목티, 자켓, 긴 청바지로 칭칭 감싸줬다.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어릴적 하던 종이인형 옷입히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혀줬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핑크뮬리도 좋아할 것 같아서 손에 쥐어줬다.

 

어느덧 벌써 1년이 지났다.

여전히 꽃을 사랑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녀석.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길 기도한다.

 

Favorie Things by E.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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