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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Life in Korea/LOVE

by E.Jade 2021. 11. 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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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김상현/에세이/2019.05.27.
리커버 에디션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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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너에게, 애써 둥근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끔 화를 내고, 가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아도, 가끔 눈물을 흘리더라도 너를 예뻐하는 사람이 참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그래도 된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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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착한 건 착한 거였고, 만만하게 보는 건 만만하게 보는 거였다. 착해서 만만하게 보는 건 나의 문제가 아니라 만만하게 보는 그 사람의 태도가 문제였다.
나와는 섞이지 못할 온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친절하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착한 사람이고 싶다. 그저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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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으니 숨 막히도록 무언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들을 죽는 날까지 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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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더라도 힘든 순간은 분명히 찾아온다.내가 바라고 원하는 최고의 마음가짐은 '모든 걸 좋은 경험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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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시작하지 않는다면 후회하는 일밖에 일어나지 않겠지만, 시작한다면 성공과 실패 중 하나의 결과는 얻을 테니 무엇이든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타인의 결과만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일이 줄었으면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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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은 찾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다.




어느날 친구의 카카오톡 프사를 봤다. 자신이 읽던 책의 한 페이지를 찍어올려놨는데, 그 사진에서 크게 위로를 받았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괜찮다는 말로 가득차있었다. 남에게 너무 신경쓰지 말란 말도 있었다. 그 당시 새로운 직장을 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시작해서 인간관계에 조금 지쳐있었다. 평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대화하며 서로 깊게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과정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힘들긴 하다. 그러다보니 결국 지쳤던 어느날이었다.

친구에게 사진 속 책 제목이 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장은 책 선물이었다. 책 이름을 알려주기보다 바로 책을 선물해주는 친구라니. 일단 고맙게 선물을 받았다. 엄청 오랜간만의 책선물이었다.

며칠 뒤 책이 도착했고, 조금씩 읽어나갔다. 책은 여백이 많은 타입이라 읽기엔 수월했다. 어떤 부분은 공감이 가다가 어떤 부분은 아리송했다. 도입부에선 작가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내가 했던 것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먼저 검색해보니 나이대가 비슷했고, 작가이자 이 책을 출간한 필름 출판사의 대표였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리버커 에디션, 훨씬 책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들 모습.

 


책을 읽는 내내 동네 친구와 고민을 함께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인간관계로 너무 지쳤었는데, 그런 말 들으니까 너무 위로된다. 요즘 좀 불안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다행이다. 요즘 나태해지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는데, 다시 한 번 기운을 내보련다."
나 혼자 이런 말들을 삼켜가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엔 여백이 굉장히 많다. 처음엔 그 여백들을 보며, '뭐야, 글이 이렇게나 짧다고? 이렇게나 여백이 많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그렇게 열었다 덮었다를 몇 번 반복하니 나도 모르게 연필을 들고 그 여백을 메우고 있었다. 심지어 작가가 남긴 말에 댓글도 달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거나 단어들을 나열 했다. 감정을 표현하고 계획도 세워봤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나뉘어있다. 장별로 제목이 붙어있지 않아 어떤 기준으로 나뉜건진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5장이 제일 좋았다. 격하게 공감하며 연필로 밑줄을 치는 일이 잦았다. 무릎을 탁 치며 그렇지 그렇지 외쳤다. 절대 잊지 않기 위해 별표까지 친 부분도 있었다. 평소 게을러서 일을 잘 미루고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에게, 불안한 마음이 커서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아주 많았다.


결론적으로 책은 아주 순한맛이었다. 쓴소리도 최대한 에둘러서 말하는 타입이다. 채찍보다는 당근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책이다. 작가는 인생의 초점을 행복에 맞추고,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뜨거워져야한다고 말한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여러가지 성공도 실패도 맛본 듯 했다. 그렇기에 작가가 남겨놓은 말들에 힘이 실렸다. 그런 사람이 해주는 위로라면, 그런 사람이 해주는 조언이라면 믿어볼만 하다 싶었다. 전체적으로 나의 가치관을 뒤바꿔놓은 책은 아니었고, 내가 평소 하던 생각에 무게를 더하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밤에 자기 전에 읽는 것이 더 좋았다. 낮에 읽으면 별로 공감이 안 되거나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이 전체적으로 감성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라 빠릿빠릿한 낮엔 별 도움이 안 됐다. 밝을 땐 정보성이 강한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듯 하다. 덕분에 독서 취향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한해가 마무리되가는 11월. 책을 읽으며 1년을 돌아봤다. 현재의 인간관계, 미뤄진 계획, 지나간 후회 등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잡아둬야할 것들을 메모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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